이번 글에서는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저는 국내 대학/대학원을 학사/석사 졸업하고,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포닥, 연구원 생활을 한 뒤, 현재 조그만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50대 직장인 입니다.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직장내의 인간관계가 직장생활 혹은 소속된 회사에 대한 호불호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여기서 인간관계란 같은 부서내 사람들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저같이 중소기업에 소속된 사람은 회사 대표와의 관계도 포함합니다.

그 중, 대표와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아무리 대표가 착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월급이라는 수단으로 저의 회사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면, 절대로 대표와 아무 주제 혹은 속마음을 피력하고 편안하게 얘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회의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 경우는 회사대표가 회의시간에 엄숙하고 딱딱한 편이라 쉽게 의견을 내놓기가 매우 힘듭니다. 저 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는 모들 사람들이 다 저처럼 느끼고 있어서, 회의에 참여하는 태도가 이렇습니다. '가능하면 책잡히지 않도록 최소한만 얘기하자'.

이러니 문제가 있어도 아무말 안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보고하는 순간 혹은 문제가 드러난 순간, 대표의 기분과 표정이 좋지 않고, 대표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문제가 있어도 일부러 없는 척하고 대표 모르게 넘어갑니다. 안들키면 다행인데, 그렇지만 그 문제란 잠재되어 있다가 언제가 표면위로 떠오르고, 그래서 대표가 인지하는 순간 회의시간에 폭발합니다. 그럼 속이 불편할 정도(식사의욕이 없어질 정도)로 질책을 한번받고 나면 일하고 싶은 의욕이 뚝떨어지고, 퇴사 욕구가 샘솟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면,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지나갑니다. 그다음에는 다시 다른 문제로 위의 과정이 반복됩니다. 끝도없이요.

물론 사안의 경중에 따라서 대표가 화를 내는 정도가 다르긴 합니다. 좀 덜 화를 낼때도 있고, 심한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이사님에게 물어보니,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에 비해면 회의 분위기가 그래도 좀 부드러운 편이랍니다. (하하하 - 부드러워?)

그런데 대표의 이력을 보면, 국내 유명 모 대학원/ 대기업을 거쳤다니, 회의를 하는 방식이나 분위기를 이런 기관들에서 배운 모양입니다. 한마디로 대학원이든 대기업이든 한국의 유수 기관들의 회의 분위기가 위처럼 엄숙하고 딱딱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회의 분위기가 이러면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문제가 숨어버리거나, 문제가 드러나도 문제 해결책을 대표 혼자서 제시해야 됩니다. 회의 중에 문제 안건이 나오면, 위축되서 다들 숨죽이고 의견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직 대표만 이래저래 해결책이라고 내놓습니다. 그게 올바른 방법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대표가 하자고 하는대로 하면, 아무 탈없이 지나가니까요.

그래서 저희 회사의 회의 내용은 항상 '지시'와 '보고'만 있지, '논의', '토론', '브레인 스토밍'이 없습니다.

어떤 커뮤니티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 납니다. 한국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갈구는 사람과 갈굼을 당하는 사람' 정말 사내의 인간관계, 회의 문화가 이것 밖에 안될까요?

그럼 이렇게 불만을 표시하지 말고, 무슨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실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좀 더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회사 대표와 직원 사이의 관계가 갑을 관계라기 보다 파트너에 가까웠으면 합니다. 직원이 '아래사람'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해결해가는 동반자로서요. 그래서 회의시간에 문제가 있으면, 화를 내기보다 문제의 원인이 뭐고, 그래서 해결책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를 의논을 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표입장에서 직원이 내놓는 결과가 마음에 안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직원에게 호통을 친다한들 직원에게서 좋은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의 대학원과 해외(미국)의 대학원을 오래 겪어서 그룹 미팅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보통 연구실의 그룹 미팅은 일주일마다 한번씩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마다 일주일 동안의 결과를 설명하고 교수가 그것에 대해서 코멘트를 합니다. 여기서 교수의 태도는 이러이러한 것은 잘못되었으니 보완해라, 혹은 어러한 방향이 좋겠다 정도이며, 학생에게 화를 내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반면 한국 대학원 연구실의 회의 모습은 이것과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교수는 '혼내는 사람'입니다. 즉 학생이 뭔가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혼내서(그러니까 교수가 적당히 화를 내고) 고친다 입니다. 하지만, 그럴경우, 회의 분위기가 저희 회사처럼 몸조심하자 혹은 상황에 따라서 공포분위기가 됩니다. 제가 미국 회사를 다녀보지 않아서 한국과 미국 양국의 직장 회의 문화를 비교할 수없지만 대학원의 경험으로 미루어 비슷할 것으로 상상됩니다.

단순히 회의 문화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른 글에서 제가 상상하는 좋은 회사의 모습, 혹은 회사의 문화 등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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