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최근 약 수년간 직장,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느낀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제가 미국 대학원에서 약 10년간 일했다는 것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과 비교하여 제 직장을 보면, 일단 먼저 드는 생각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그리고 전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인간관계가 매우 수직적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유학 전 약 27년간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학부, 대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대학교, 대학원의 선후배관계, 그리고 최근 직장에서의 직급에 따른 위계를 겪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한국에서는 인간관계가 '위나 아래는 있어도 옆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직장은 직급이 있으니 위아래가 있는 게 당연한게 아닌가'라는 말을 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직급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당연히 어느 조직이든 직급이 있고, 필요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말의 뜻은 '서로 존중하자'라는 의미입니다.
직급이 높다고 그 위치를 이용해서 아래 사람을 부려먹거나 행세부리지 말자입니다. 어느 조직의 그룹이든 그 그룹의 목표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직급이나 나이에 따른 서열을 없애고, 목표를 이루는데 장애가 있으면, 그 장애를 없애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보통 직급이 높거나, 나이가 많거나, 선배거나 하면 일단 그 사람의 의견이 우선시 되고, 반대로 낮거나, 적거나, 후배면 의사 표현의 기회가 매우 적습니다. 또한 심지어, 자신이 아래 사람이라고 느끼면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아래 사람 행세를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문을 열려고 다가가면, 먼저 나서서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서 문을 열어준다는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기전에 수저를 제것까지 미리 단정히 깔아 든다지 하는 사소한 것들이 있는데 '과연 이렇게 까지 해야되나' 싶을 정도로 은근히 신경쓰이고 거부감마저 들때가 있습니다. 왜 스스로 아래사람 행세를 하는 걸까요?
제가 미국 대학원에 있을 때, 포닥 혹은 연구교수로 일할 때, 학부생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친구들은 저와 나이차이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견을 말함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미국문화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한국보다는 인간관계가 좀 더 '옆'에 있습니다. 학생이 교수를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고, 자식을 부모를 이름으로 부를 수 도 있습니다. 제 지도 교수는 자기를 'professor'로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습니다. 왜냐면 그렇게 불러주면 자기는 오히려 격식차리는 게 느껴져 더 불편하기 때문이랍니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인간관계가 좀 더 '옆'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단순히 호칭을 이름으로 부른다 그런 것이 아니고, 대화 상대의 직급, 나이를 가리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입니다. 물론 미국이라고 상황이나 조건을 무시하고 무조건 서로 맞먹으려 든다는 게 아니라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좀 더 인간 관계가 수평적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좀 더 인간관계가 수평적이라는 게 왜 좋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 아이디어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거리낌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으니,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쉽게 꺼내어 얘기할 수 있고, 그래서 의견을 나누다 보면 해결책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런 점에서 너무나 경직되어 있고, 의견을 주고 받을 '옆 상대'가 없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대화에서 경어를 써야되고, 서로 상대방을 부를때 직책을 붙여서 부르니 (김부장, 이차장하는 식으로), 대화 시작부터 위계질서를 기본으로 깔고 시작합니다. 그러니 항상 위 또는 아래만 있을 수 밖에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위아래' 스트레스가 결국 조직을 이탈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어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라고 물으시면,
일단 호칭에서 직급을 빼고 "~씨"나 "~님"으로 불렀으면 합니다. 한 그룹이 있으면 그룹의 리더는 제외하고 나머지 그룹원은 모두 호칭을 그렇게 바꿉니다. 또한 나이에 관계없이 경어만 사용합니다. 회의를 할 경우에는 발언하는 사람의 나이가 적거나 직급이 낮아도 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듣는 사람의 직급이나 나이 등으로 그 사람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능력이나 경험의 차이에서오는 차이는 존중 할 필요가 있습니다.
쓰고 보니 다소 내용이 왔다갔다하고 푸념 비슷하게 되었네요. 네 맞습니다, 오늘 좀 회사에서 열받는일이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