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스테이크 완전히 종이맛이네"

 

고객은 약간의 경멸을 담아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딱 불쾌함을 드러낼 정도로만 높았고, 그 말에 웨이터는 즉시 주의를 기울였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젊은 웨이터가 급히 다가오며 분명한 불안함을 보였다.

 

"다른 메뉴 추천을 드릴까요, 손님?"

"이게 최고의 스테이크라며?"

 

고객은 짜증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처럼 매끄러운 패드를 흘낏 바라보았지만 아직 다시 손대진 않았다.

 

주변에는 은은한 대화 소리가 따뜻한 조명을 받은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세련되면서도 말끔한 분위기의 이 식당은 부티나는 장식, 부드러운 조명, 그리고 저녁 하늘 아래 은은히 빛나는 도시 풍경을 담은 넓은 창문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른 메뉴를 추천 드릴까요?"

 

웨이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스테이크."

 

고객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는 웨이터를 주시하며, 살짝 해진 유니폼과 불안한 태도를 알아차렸다 — '천한 것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야'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할 수 있어?"

"물론입니다, 고객님."

 

웨이터는 정중하게 대답하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웨이터가 주방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고객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다시 유리 같은 패드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끝이 닿자 패드는 매끄럽게 빛나며, 손끝 아래로 살짝 반짝이는 디지털 메뉴가 펼쳐졌다. 그는 ‘스테이크’ 항목을 다시 한 번 터치했고, 주문완료을 알리는 부드러운 진동이 울렸다.

 

잠시 후, 웨이터가 돌아왔지만 손에는 또 다른 똑같이 생긴 패드만 들려 있었다.

 

"이 패드로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웨이터는 정중하게 말하며 새 패드를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놓았다.

 

"뭐야, 같은 거잖아?"

 

고객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으며, 웨이터가 아는 체하려 애쓰는 모습에 약간 웃음이 나왔다.

 

"같은 게 아닙니다. 네."

 

웨이터는 살짝 굽신거리며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저희 매장 스테이크 메뉴는 뇌내 신경 직접 자극방식으로 최고의 스테이크의 맛을 재현합니다. 아마도 이전 패드의 무선링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고객은 미심쩍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조심스레 손가락을 패드 위에 얹어 ‘스테이크’를 다시 선택했다.

 

즉시 그의 감각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 풍부하고 버터리하며 정교하게 구워진 맛이 그의 인식을 가득 채웠다.

 

"오~"

 

그는 감탄하며 몸을 뒤로 기대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손님"

 

웨이터는 눈에 띄게 안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미각 재현 기술은 최고입니다."

 

고객은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식사가 어떻게 유기적이고 물리적인 경험에서 이렇게 정밀한 ‘0’과 ‘1’의 흐름으로 변했는지를 곰곰이 떠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스치자, 인조피부 속에 자연스럽게 삽입된 무선 뉴럴링크 안테나가 은은하게 빛나며 나타났다 — 자신이 완전히 안드로이드 신체로 전환한 선택이 현명했음을 조용히 확인시켜주는 빛깔이었다.

 

그는 그 사실에 은근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한 정교한 의체화를 감당할 수 있는 상류층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자신을 젊은 웨이터 같은 가난뱅이들과 명확히 구별해주는 특권이었다 — 아직도 낡고 취약한 유기체 몸에 갇혀 있는 자들. 그는 부유함과 명예의 상징인 타워하우스에 거주하면서, 매일을 고된 삶에 시달리는 하층민들을 속으로 비웃곤 했다.

 

식당의 부드러운 조명 너머로 펼쳐진 미래적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 인간이 완벽함을 향해 멈추지 않고 추구해온 여정의 증거처럼.

 

맛, 편안함, 그리고 존재 그 자체가 조용히 재정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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